제조업은 글로벌 경쟁과 디지털 전환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성과 중심 경영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KPI(Key Performance Indicator)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으며, 이를 국제적으로 통일된 기준으로 정립하고자 제정된 것이 바로 ISO 22400입니다. ISO 22400은 제조 실행 시스템(MES)의 성능을 정량화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제공하며, 공정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을 가능케 합니다.
본 글에서는 ISO 22400의 구조, KPI 정의 방법, 실무 적용 사례 등을 통해 제조 현장에서 어떻게 이 표준을 활용할 수 있는지 상세히 다루겠습니다.
ISO 22400의 개요와 주요 개념
ISO 22400은 ‘산업 자동화 시스템 및 통합 - 제조 운영 관리 - 성과 지표’라는 명칭을 가진 국제 표준입니다. 이 표준은 제조 실행 시스템(MES) 수준에서 공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표준화된 성과 지표를 통해 생산 효율성과 품질을 향상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ISO 22400은 크게 ISO 22400-1(용어 정의), ISO 22400-2(KPI 정의), ISO 22400-3(자원 활용률) 등으로 나뉘며, 각각의 문서가 실무에서 활용 가능한 도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핵심적으로 다루는 개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KPI의 정의와 역할입니다. 이 표준은 KPI를 단순한 수치 지표가 아닌, 조직의 전략적 목표와 연결된 경영 도구로 정의하며, 이에 따라 지표의 측정 방법, 데이터 출처, 계산 공식까지 상세히 제시합니다.
둘째, 제조 환경의 계층화입니다. 공장 운영을 레벨 0(현장 장비)부터 레벨 4(기업 경영전략)까지 나누고, 각 레벨별로 수집되는 데이터와 지표를 체계적으로 정리합니다.
셋째, 공통 언어의 정립입니다. 국가, 기업, 업종에 따라 달랐던 KPI 명칭과 해석을 통일함으로써, 글로벌 공장 간 비교와 협업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설비 종합 효율(OEE)'는 단순한 가동률이 아닌, 가동 시간 대비 실제 생산성과 품질을 반영한 복합지표로 정의되며, 가동률, 성능, 품질률이라는 세 구성 요소를 기준으로 계산됩니다. 이는 MES에서 실시간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동 산출될 수 있으며, 현장 개선에 즉각 활용이 가능합니다.
KPI 정의에 ISO 22400을 활용하는 방법
많은 제조 기업들이 KPI를 설정하면서 범하는 가장 큰 오류는 "눈에 보이는 것만 측정한다"는 것입니다. 생산량, 불량률, 납기 준수율과 같은 익숙한 수치만을 KPI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단기 성과를 측정할 수 있을지언정, 장기적 전략 방향이나 근본적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ISO 22400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매우 실용적인 기준을 제공합니다.
첫째, KPI 정의에 있어 명확한 구조와 범위를 제공합니다. ISO 22400은 각 KPI마다 정의, 측정 대상, 산식, 목적, 관련 데이터 항목까지 상세히 명시되어 있어, 불필요한 해석의 차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생산 주기 시간(Cycle Time)'이라는 지표는 단순히 작업자의 체감이 아니라, 실제 설비의 센서 데이터 기반으로 정의되며, 작업 단위, 공정 시간, 대기 시간 등의 요소를 포함합니다.
둘째, KPI 간의 관계성 분석이 가능합니다. ISO 22400은 단독 KPI보다 KPI 네트워크라는 개념을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자원 활용률(Resource Utilization)’과 ‘품질 수준(Quality Level)’ 사이의 트레이드오프 관계, ‘OEE’와 ‘생산 유연성(Flexibility)’ 간 상관성 등을 분석하여, KPI를 단순 성과 측정 수단이 아닌 전략적 균형 도구로 활용할 수 있게 합니다.
셋째, ISO 22400은 KPI의 현장 적용을 위한 디지털 연동 지침도 제공합니다. ERP, MES, SCADA 등 다양한 제조 시스템과의 인터페이스 설계에서 어떤 KPI를 어떤 데이터와 연결할지 명확하게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IT/운영 간 협업을 가능하게 합니다.
제조 현장에서의 ISO 22400 적용 사례
국내외 다양한 제조 현장에서 ISO 22400을 기반으로 KPI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사례를 세 가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 국내 중견 부품 가공업체 B사는 ISO 22400 도입 전 KPI가 40여 개로 분산돼 있었으며, 정의와 산식도 부서마다 달랐습니다. 특히 생산성과 품질 간의 연계가 약해 실질적인 개선 효과가 낮았습니다. 이에 ISO 22400의 KPI 항목을 기반으로 핵심지표 12개로 정리하고, ERP와 MES 연동을 통해 실시간으로 지표를 추적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의사결정 속도가 30% 단축되었고, 연간 생산비용도 약 12% 절감되었습니다.
둘째, 유럽의 글로벌 전자부품 제조사 X사는 ISO 22400을 전사 전략과 연동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KPI 간 관계 분석을 기반으로 ‘라인 가동률이 높을수록 불량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파악했고, 이에 따라 가동률 목표를 다소 낮추는 대신 품질 개선 중심으로 전환하여 고객 클레임 건수가 절반으로 감소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셋째, 국내 스마트팩토리 선도기업 Y사는 ISO 22400을 바탕으로 KPI를 AI 기반 예측 모델과 결합했습니다. 예를 들어, ‘자원효율성(Resource Efficiency)’의 KPI를 사용해 설비 가동률을 예측하고, 예측치가 기준치를 벗어나는 경우 자동으로 경고 및 정비 프로세스가 가동되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이를 통해 설비 고장률이 25% 이상 감소했습니다.
ISO 22400은 KPI를 단순 측정 지표가 아닌 전략 실행 도구로 전환시키는 국제 표준입니다. 명확한 정의, 표준화된 용어, 데이터 기반 구조, 시스템 연동 지침 등을 통해 제조업체가 정량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공정을 관리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KPI를 재정의하고자 한다면, 가장 먼저 ISO 22400 문서를 참고해 보세요. 지금이야말로 ‘성과관리의 표준’을 적용할 최적의 시점입니다.